작은 나라의 인구 문제 – 왜 확장이 필요했을까
모나코는 면적이 단 2㎢ 남짓한 초미니 국가다. 20세기 초까지도 인구는 2만 명을 넘지 않았지만, 조세 혜택과 안전한 환경, 고급 생활 인프라 덕분에 세계 각국의 부유층이 몰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현재 모나코의 인구는 약 3만 9천 명으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1㎢당 2만 명이 넘는 밀집도는 더 이상 자연적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는 도시 계획의 재정립과 더불어 물리적인 '토지 확장'이라는 급진적인 방법을 검토하게 만든 원인이다. 특히 인구 증가에 따라 주거 문제, 교통 혼잡, 공공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도시 확장은 생존 전략이 되었다. 모나코는 더 이상 고립된 항구 도시가 아니라 확장을 통해 기능적으로 자족해야 하는 도시국가로 변화하고 있었다.
육지가 아닌 바다를 택한 이유 – 해상 매립의 역사
모나코는 주변이 프랑스 영토로 둘러싸여 있어 육지로 확장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모나코 정부는 1960년대부터 바다를 메우는 방식의 도시 확장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 시작은 '폰비에이(Pontevieille)' 구역을 조성하는 것으로, 인공 해안선을 따라 고층 아파트와 쇼핑몰, 병원, 공공시설이 건설되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 이 해상개발 프로젝트는 도시 면적을 약 20% 확장시켰고, 모나코 경제가 성장하는데 있어 발판이 되었다. 따라서 바다를 메우는 작업은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니라, 모나코의 주권과 국가 운영 전략의 핵심이 되었다. 프랑스와의 해양경계 협의와 함께 추진된 이 프로젝트는 국제법적 논의와도 얽히며 상당한 외교적 감각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매립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이후 도시 확장에 대한 모나코 정부의 자신감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라르보또와 ‘르 포르튀에’ 프로젝트 – 21세기의 확장 실험
2000년대 들어 다시 한 번 도시 확장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모나코는 라르보또 해안 인근에 초대형 해상 도시 계획을 수립했다. ‘르 포르튀에(Le Portier)’ 프로젝트는 기존 면적의 6헥타르를 해상에 새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약 2,000명의 추가 거주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고급 주택, 친환경 오피스 빌딩, 공공공간, 해양생태복원 구역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친환경 건축 설계와 탄소중립 에너지 시스템이 강조되면서,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은 미래형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르 포르튀에는 올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며, 글로벌 도시계획의 롤모델로도 평가받고 있다. 해양 환경 보호단체들과의 협약을 통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존 어류들의 서식지도 대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르 포르튀에는 단순한 확장을 넘어선 ‘도시 윤리’의 모델이라 볼 수 있다.
팽창하는 모나코의 사회경제적 변화
해상 확장에 따라 모나코의 경제 구조에도 큰 변화가 발생했다. 주거를 위한 부동산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고급 부동산 시장이 모나코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매립을 통해 확보된 신규 토지들은 고가에 빠르게 분양되며, 국가 재정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동시에 인프라 개선과 고용 창출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내국민과 외국인 사이의 경제 격차는 커지는 부작용도 생기게 되었다. 또한 상류층 중심의 도시화는 모나코의 정체성을 고급화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노동자 계층의 주거 환경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도로 혼잡, 대중교통 포화, 공공시설 부족 문제 등도 점차 사회적 갈등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데 모나코는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정책과 주거 지원책을 병행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서고 있다.
미래 도시를 향한 비전 – ‘수직적 확장’과 국제 협력
한계에 다다른 지상 확장 외에도 모나코는 고층화와 지하 공간 활용을 통해 수직적인 도시 팽창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환경 규제를 고려한 스마트 건축이 각광받으며, 모나코는 '그린 하이테크 도시국가'를 목표로 도시계획을 진행 중이다. 태양광 발전, 해수 담수화, 친환경 운송 수단을 일상화시켜 나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도시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된 도시개발은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폭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고밀도 국가로서의 불편함을 기술과 생태의 균형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모나코의 혁신을 상징한다. 미래의 모나코는 단지 좁은 나라가 아닌, '압축된 미래 도시'로서 세계 도시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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